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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팅값은 제대로 넣었다. 그런데 그 숫자가 처음부터 이상했다.

불량이 뜨면 누구나 제일 먼저 세팅표를 본다. 용융 온도, 배압, 실린더 존별 온도, 보압. 그 값들을 읽고, 수지가 원하는 조건과 맞춰 보고, 원인을 잡아 나간다. 어떤 트러블슈팅 가이드도 이렇게 하고, 어떤 AI도 마찬가지다. 세팅표가 곧 사실이고, 진단은 그 세팅표가 정확한 만큼만 정확하다.

세팅표가 맞으면 그 진단도 맞다. 값을 읽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 값이 세팅표에 올라오기 직전, 바로 그 한 단계를 조심하라는 얘기다. 누군가 기계 화면을 보고 옮겨 적었거나, 양식에 입력했거나, 지난주 세팅표를 복사해 몇 개만 바꿨다. 멀쩡하던 설정값이 조용히 틀린 숫자로 둔갑하는 지점이 바로 거기다. 그리고 틀린 숫자는 자신 있고 그럴듯하고 완전히 쓸모없는 답을 만든다.

그러니 값을 믿기 전에 더 작은 걸 먼저 물어야 한다. 이 숫자가 스스로 말하는 그 항목의 값으로, 애초에 나올 수 있는 값인가? 세팅표가 거짓말하는 방식은 두 가지고, 둘 다 한 번 의심하고 보면 잡기 쉽다.

나올 수 없는 숫자

첫째는 단위다. 어떤 스크류로도 만들 수 없는 배압이 들어온다. 정말 그 값이었다면 수지가 타고 계량이 멈췄을 값이다. 그럴 리 없다. 맞는 값을 틀린 단위로 읽은 것이다. 기계는 이 값을 띄웠는데 세팅표엔 다른 값이 적혔고, 둘은 몇 배씩 벌어져 있다. 한국과 일본에선 이게 특히 자주 생긴다. 한 현장에 단위계가 셋씩 굴러다니기 때문이다. 오래된 게이지, 좀 더 새 컨트롤러, 그리고 어디 딴 데서 만들어져 굴러들어온 교육용 자료. 배압이 말이 안 되게 보이는 순간, 답은 '작업자가 너무 높게 걸었다'가 아니다. '이 숫자가 무슨 단위냐'이고, 그걸 알기 전엔 그 값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노즐이 실린더보다 낮게 찍힐 때

둘째는 실린더 온도, 그중에서도 뒤에서 앞 노즐로 이어지는 존별 배열이다. 노즐 온도가 실린더보다 한참 낮게 찍히면, 딱 봐서 '용융 온도가 낮으니 실린더를 올리자'가 된다. 그런데 이게 정반대일 때가 있다. 낮은 노즐 온도가 문제 신호가 아니라 일부러 그렇게 잡은 값일 때다. 아세탈(POM)은 노즐을 일부러 많이 낮춰 돌린다. 노즐이 뜨거우면 재료가 분해되기 때문이다. 나일론과 경질 PVC는 실린더 뒤쪽을 앞쪽보다 뜨겁게 두고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수지에선 노즐이 실린더보다 낮은 게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용융 온도가 낮다고 실린더를 올리면 멀쩡하던 부품을 오히려 망친다.

그런데 똑같은 값이 다른 두 얼굴로도 나타난다. 존별 온도를 거꾸로 입력해서 실린더 온도가 뒤집혀 들어갔다면, 즉 기계는 반대로 세팅됐는데 세팅표에만 노즐이 낮게 적혔어도 이렇게 보인다. 노즐이 실제로 굳어 막혔어도 이렇게 보인다. 숫자만 봐선 이 셋을 못 가린다. 가르는 건 수지다. 노즐을 뜨겁게 돌려야 하는 재료가 노즐 온도를 낮게 보일 이유는 없고, LCP는 노즐 온도를 떨어뜨리면 게이트에서 굳어 버리니 여기선 낮은 값이 진짜 경고지 일부러 잡은 설정이 아니다. 숫자는 '노즐이 실린더에서 늘 제일 뜨겁다'는 일반 상식이 아니라, 이 수지가 실제로 원하는 값에 맞춰 읽어야 한다.

The same cool-nozzle reading has three causes A temperature profile across the barrel from feed to nozzle. A forward profile runs the nozzle hottest and is normal for LCP, PC, PBT, PET and ABS. A declining profile runs the nozzle cool on purpose and is normal for acetal, nylon and PVC; a forward profile entered in reverse looks identical to it. The resin decides which reading is a deliberate choice and which is a typo or a cold-nozzle fault. The same cool-nozzle reading, three causes temperature across the barrel, feed to nozzle hotter RearZ2Z3FrontNozzle Forward — nozzle hottest. Normal for LCP, PC, PBT, PET, ABS. Declining — nozzle cool on purpose. Normal for acetal, nylon, PVC. …or a forward profile entered backwards — a typo that looks identical. The resin decides: an LCP must run the nozzle hot, so a cool nozzle there is a flag, not a profile.

어느 쪽으로도 단정하지 마라

여기서 꼭 기억할 게 있다. 함정이 양쪽에 다 있다. '이상한 숫자는 무조건 오타'라고 굳어 버리면 안 된다. 거꾸로 잡은 실린더 온도나 낮은 노즐 설정은 실제로 흔해서, 그렇게 굳으면 멀쩡한 설정을 고치기 시작한다. 반대로 '세팅표에 적힌 대로 믿자'고 굳어도 안 된다. 세팅표는 현장에서 제일 못 믿을 물건이다. 지켜야 할 원칙은 좁고 조금 시시하다. 값이 물리적으로 이상하면 일단 멈추고, 그 값이 뭔가를 끌고 가기 전에 입력·단위·실제 기계를 확인하는 것. 여기서의 실패는 '틀린 진단'이 아니다. 처음부터 틀린 숫자를 놓고 내린 '깔끔한 진단'이고, 그래서 제일 그럴듯하고 제일 위험한 오답이다.

앱에는 이렇게 넣었다

몰드닥터는 세팅값을 진단에 쓰기 전에, 그 값이 나올 수 있는 값인지부터 본다. 그래서 단위가 틀렸다고밖에 볼 수 없는 배압이나, 그 수지엔 거꾸로 잡힌 실린더 온도는 조용히 원인으로 굳는 대신 '확인하라'고 걸린다. 잘못 입력된 숫자 위에 아무리 공들여 답을 세워도 그 답은 틀렸고, 그걸 입력한 사람만큼 그 답을 굳게 믿는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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