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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가 났다고 다 속도를 올릴 일은 아니다

표면에 밴드가 죽 서거나 게이트 둘레로 홈이 나면 손이 먼저 나간다. 사출속도를 한 단계 올리고, 금형온도도 조금 데우고, 유동을 밀어붙여 매끈하게 깔리게 한다. 몰드닥터도 플로우마크 사진을 받으면 대개 그렇게 읽는다. 그리고 그게 맞을 때가 많다. 그런데 나도 현장에선 자꾸 걸리던 한 건이 있었다. 어떤 밴드는 속도를 올릴수록 오히려 더 또렷해지고 더 촘촘해졌다. 매끈해지라고 밀어 넣은 힘이 그 자국을 더 잘게 썰어 놓는 걸, 한 교대 내내 지켜본 적이 있다.

그 읽기가 틀린 건 아니다. 자국이 레코드홈이라면 사출속도와 온도를 더 주는 게 바로 정답이다. 멈칫대던 유동 선단에 깨끗이 달릴 힘을 넣어 주는 거니까. 유일한 헛디딤은 모든 플로우마크가 속도를 더 원한다고 믿는 것이다. 겉보기로는 둘이 한 식구로 보이지만, 기대한 대로 속도에 반응해서 매끈해지는 건 그중 하나뿐이다. 나머지 하나는 같은 손짓에 정반대로 되받아친다. 그래서 손을 뻗기 전에, 지금 보고 있는 자국이 둘 중 어느 쪽인지부터 갈라야 한다.

속도를 건드리기 전에 둘을 갈라 둔다

첫 칼은 현장에서 형태와 재료로 가른다. 게이트를 중심으로 동심원 미세 링이 LP 레코드 홈처럼 돌아가면 레코드홈이다. 이건 대개 급결정화하는 결정성 수지나 게이트가 과소한 금형에서 나온다. 반대로 유동 방향을 가로지르는 밴드가 광택과 무광으로 번갈아 서고, 그게 PP나 탈크 충전이나 고무로 개질한 컴파운드 부품에 났으면 타이거스트라이프를 의심한다. 범퍼나 자동차 내장류가 여기 단골이다. 게다가 게이트에서 멀어질수록, 유동이 길게 뻗은 자리일수록 밴드가 더 심하면 심증이 더 굳는다.

결정적 시험은 사출속도를 살짝 건드려 보고 지켜보는 것이다. 레코드홈은 속도를 올리면 옅어진다. 멈칫대던 선단이 드디어 달리기 시작하니까. 타이거스트라이프는 정반대로, 올릴수록 밴드가 더 좁아지고 촘촘하게 박힌다. 그 반전이 확정 단서다. 위치와 수지가 그 판단을 뒷받침한다. 게이트 중심으로 도는 링이냐, 충전 PP 위에 유동을 가로지르며 서는 가로 밴드냐. 둘 중 하나만 짚으면, 그다음 레버는 저절로 갈린다.

옅어짐 좁아짐·악화 유동 줄무늬 (플로우마크) 사출속도를 살짝 올려 본다 레코드홈 게이트 중심 동심원 속도·금형온도↑ · 게이트 확대 타이거스트라이프 PP·탈크 유동수직 밴드 속도↓·등속 · 금형온도↑

왜 한쪽은 속도를 되받아치나

레코드홈부터 보자. 사출속도가 낮고 금형이 차가우면, 유동 선단이 벽면에 열을 뺏기며 멈칫하다 툭 풀려 튀고, 그걸 반복하며 동심원 링을 찍는다. 벽면에 붙었다 미끄러지길 되풀이하는 그 stick-slip이 게이트 둘레에 홈으로 남는 거다. 급결정화하는 결정성 수지와 좁은 게이트는 선단을 더 빨리 식혀서 이걸 악화시킨다. 그래서 처방은 더 먹이는 쪽이다. 금형을 더 따뜻하게, 멜트를 더 뜨겁거나 더 빠르게, 게이트를 더 크게. 에너지를 더 넣으면 지워지는 자국이고, 여기선 범용 처방이 그대로 옳다.

타이거스트라이프는 결이 다르다. 이건 흐르는 선단 자체의 불안정이고, 선단이 빠를 때, 그 재료마다 정해진 어떤 임계 속도 위에서 나타난다. 선단이 금형 벽을 붙잡았다 미끄러지길 번갈아 하며 매 사이클마다 밴드를 한 줄씩 깔기 때문에, 빠르게 밀수록 매끈해지는 게 아니라 밴드만 더 잘게 촘촘히 썰린다. 그래서 레버가 정반대다. 사출을 늦추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등속으로 잡고, 금형을 데워 스킨이라 부르는 고화층이 고르게 앉게 한다. 충전 PP로 유동길이가 긴 범퍼에선 재료와 유동길이 자체가 한계라, 고유동 고MI 그레이드나 개질 그레이드로 바꾸거나 게이트와 유동경로를 다시 그리는 게 정직한 답일 때가 있다. 멜트온도는 여기서 확정 레버로 다루지 않는다. 어느 쪽으로 도와주는지 문헌이 갈리니, 규칙으로 박지 말고 그 부품에서 시험할 변수로 남겨 둔다. 분명한 건, 여기서 속도를 더 올리는 건 엉뚱한 레버를 당기는 거고, 지우려던 그 밴드를 더 조인다는 것이다.

이 갈래가 헛짚는 자리

이 갈래도 헛짚는다. 흔한 게, 타이거스트라이프에 사출속도를 밀어붙이면서 밴드가 조여드는 걸 교대 내내 보고도, 정작 재료나 유동길이가 한계인지는 한 번도 안 짚는 것이다. 나도 그 벽을 여러 판 헛돌고서야 재료 쪽을 봤다. 또 하나는 메탈릭이나 펄 부품의 한자리에 고정된 단일 줄무늬를 타이거스트라이프로 읽는 것이다. 효과안료 플레이크 자국은 보는 각도에 따라 밝기가 달라지고 한 자리에 붙어 있지, 유동을 주기적으로 가로지르는 밴드가 아니다. 부품을 빛에 굴려 보고 줄이 각도 따라 밝아졌다 어두워지고 배경과 자리를 바꾸면, 그건 플레이크 배향이지 유동 불안정이 아니다. 다른 문제다. 그리고 거울상 실수, 레코드홈을 타이거로 착각해 속도를 낮추는 것이다. 이미 멈칫대며 굶주린 선단을 더 굶겨서 링만 깊게 파 놓는다. 여기선 방향이 전부라, 멜트온도처럼 증거가 갈리는 레버엔 기대지 말고 그 부품에서 시험할 것으로만 다뤄야 한다.

그래서 입력이 죽 이어진 밴드나 홈이면, 몰드닥터는 속도로 손을 뻗기 전에 이 갈래부터 돌린다. 게이트를 도는 링이냐 유동을 가로지르는 밴드냐, 속도를 올리면 옅어지냐 조여드냐. 어느 플로우마크인지부터 알고 싶지, 하나는 돕고 하나는 해치는 속도값을 덜컥 건네고 싶지 않다. 몰드닥터는 불량 사진과 공정 세팅을 받아 유력한 원인과 조정할 것을 추정한다. 답을 대신 확신해 주지는 않는다. 다만 매 런을 기록해 두면, 우리 공장에서 어떤 자국이 어떤 조건에서 나왔는지가 이력으로 쌓인다. 다음에 같은 밴드를 만났을 때, 처음부터 다시 세지 않아도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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