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합이 약하다면, 범인은 십중팔구 낮은 금형 온도다
이 시리즈가 향해 온 곳이 바로 여기다. 접합이 어떻게 되는지, 어디에 쓰는지, 뭘로 만드는지. 앞선 세 편은 전부 현장에서 진짜 중요한 이 한 편에 닿으려고 있었다. 부품이 나왔는데 수지가 금속에서 떨어진다. 그럼 누군가는 왜 그런지 말해야 한다. 인서트 사출한 금속-수지 부품은 오판하기 딱 좋게 터진다. 당겨 보기 전엔 불량이 안 보이고, 당겨서 알았을 땐 그 부품은 이미 한참 전에 찍혀 나간 뒤다.
이 불량을 읽는 데 제일 쓸모 있는 생각은, 접합 강도가 합이 아니라 곱이라는 것이다. 표면 처리의 품질에, 수지가 그 표면을 얼마나 빈틈없이 채웠는지를 곱한 값이다. 합이 아니라 곱인 이유는, 둘 중 하나만 0이어도 접합이 0이기 때문이다. 표면 처리가 완벽해도 금형 온도를 낮게 잡고 찍으면 아무것도 안 남고, 다 죽은 표면에 아무리 잘 찍어도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안 남는다. 이렇게 놓고 보면 모든 접합 불량은 답이 전혀 다른 두 질문으로 갈린다. 인서트가 들어왔을 때 표면이 멀쩡했나, 그리고 내가 그걸 다 채웠나. 이 둘 중 하나는 프레스에서 손댈 수 있고, 나머지 하나는 확인밖에 못 한다.
인서트에 딸려 온 두 가지 불량
접합이 실패하는 세 가지 경로 중 둘은 인서트가 프레스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정해진다. 어떤 세팅을 만져도 되살릴 수 없다.
첫째는 표면 처리 그 자체다. 에칭이 덜 됐거나 공정이 잘못돼서, 애초에 붙잡을 기공 구조가 없는 표면이다. 둘째는 더 흔하고 더 속 터진다. 멀쩡했던 표면을 취급하다가 버린 경우다. 실제로 붙잡는 나노 기공은 폭이 수십 나노미터다. 지문 한 번, 기름막, 맺힌 습기, 아니면 그냥 선반에 너무 오래 둔 것만으로도 오염되거나 망가진다. 전처리한 인서트에 유효기간과 취급 규정이 붙어 있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너무 오래 묵었거나 맨손으로 만진 로트는 멀쩡한 것과 똑같이 생겼는데, 붙기는 생판 남처럼 안 붙는다.
이 둘은 프레스에서 손댈 수 있는 게 아니고, 여기서 지켜야 할 원칙은 손대려 들지 않는 것이다. 불량 표면에 세팅을 무리하게 올려 억지로 접합을 만들어 내면, 오늘 당김 시험은 통과해도 현장에 나가서 터지는 부품이 된다. 지금 당장 터지는 부품보다 오히려 더 나쁘다. 상류에서 넘어온 불량 앞에서 프레스가 할 일은, 그걸 걸러 내서 돌려보내는 것이다. 표면 처리와 취급 상태를 확인하고, 의심 가는 로트는 격리하고, 그냥 뭉개고 계속 찍지 않는다.
이 두 갈래를 갈라 주는 단서가 하나 있는데, 1편에서 곧장 이어진다. 잘 붙은 접합은 수지 쪽에서 터진다. 억지로 뜯어 보면 수지가 찢어지면서 금속에 그대로 남는다. 반대로 깨끗하게 떨어지는 접합은 애초에 표면에 젖어 들지도 못한 것이다. 수지가 통째로 들리고 그 아래 금속이 맨살로 반질반질 드러난다. 깨끗하게 떨어졌다는 건 상류, 그러니까 표면 처리나 오염을 가리킨다. 금속에 수지는 남았는데 강도가 안 나온다면, 그건 프레스를 가리킨다. 표면은 멀쩡했는데 그걸 다 못 채운 것이다. 파단면 읽는 법만 익혀도 원인은 이미 절반으로 좁혀진다.
금형 온도는 설정하는 게 아니라 재는 것이다
표면이 멀쩡한데도 접합이 약하다면, 원인은 거의 언제나 똑같고, 그건 기계에서 제일 안 쓰이는 레버다. 금형 온도가 너무 낮았던 것이다.
밑에 깔린 물리는 이렇다. 뒤에 나오는 게 전부 여기서 따라 나오니 붙잡아 둘 만하다. 용융이 금속에 닿는 순간, 거기서 바로 굳기 시작하면서 고체 스킨을 만든다. 이 분야 전체의 바탕이 된 특허는 불량을 한 줄로 못 박는다. '주입된 수지가 전처리 표면의 미세한 홈에 들어가기도 전에 고화된다.' 그 홈은 폭이 수십 나노미터다. 벽면 온도가 낮을 때 굳는 스킨은 그보다 몇 자릿수는 두껍다. 그러니 계면에 스킨이 생기는 순간, 그 아래 기공은 안에 공기가 든 채로 막혀 버리고, 그 뒤엔 아무리 압을 걸어도 굳어 버린 뚜껑 너머로 수지를 밀어 넣지 못한다. 접합은 용융이 도착하는 그 찰나에 결판난다. 그리고 금형 온도는, 용융이 굳기 전에 흘러들 만큼 벽면에서 액체로 버틸 시간을 벌어 주는 유일한 레버다.
그래서 이 계열 수지는 죄다 빨리 굳는 반결정성이다. PPS, PA, PBT, PET, 전부 유리섬유 강화. 그만큼 실수를 안 봐준다. 온도 낮은 강재에 닿으면 순식간에 결정화되기 때문이다. 유리섬유 강화 PPS 접합 그레이드의 데이터시트 금형 온도는 120도쯤인데, 여기 함정이 있다. 그건 설정값이고, 설정값은 용융이 실제로 느끼는 값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건 수지가 인서트와 만나는 캐비티 표면의 실제 온도다. 표면 온도계로 재 보면 이 값은 컨트롤러에 찍히는 숫자보다 으레 낮다. 현장에서 통하는 원칙은 짐작하지 말고 재라는 것, 그리고 이런 부품은 실측 표면 온도를 150도 이상으로 잡으라는 것이다. 특허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금속 인서트 자체를 200도 넘게 예열하라고까지 한다. 같은 발상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것으로, 수지가 뿌리내릴 때까지 계면을 뜨겁게 유지하는 것이다.
그 숫자에 도달하는 방법에도 현실적인 함정이 있다. 대부분의 현장은 금형에 물이나 오일을 순환시키는 온조기로 금형 온도를 올리는데, 그렇게 150도로 맞춰 놔도 캐비티 면에 프로브를 대 보면 100도도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순환하는 유체가 열 손실을 이겨 내고 표면까지 열을 실어 나르지 못하는 것이다. 강재에서 실측 150도를 찍으려면 보통은 컨트롤러 숫자를 더 올리는 게 아니라 금형에 카트리지 히터를 직접 박아야 한다. 게다가 150도는 목표가 아니라 하한선이다. 이런 접합은 뜨거울수록 좋아서, 실측 표면을 180도 이상으로 잡아도 아무 문제 없고 오히려 수지가 기공을 찾아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인서트는 멀쩡한데 접합이 약한 부품에서 딱 하나만 바꾼다면, 이걸 바꿔라. 그리고 화면에 뜬 숫자가 아니라 강재에 꽂은 열전대로 확인해라. 이건 현장이 가장 꺼리는 변경이기도 하다. 금형이 뜨거워지면 냉각 시간이 늘고 사이클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사이클 타임이냐 접합 신뢰성이냐, 이 맞바꿈이야말로 이런 불량 대부분의 속에 숨어 있는 진짜 결정이다.
사출 속도, 보압, 유지 시간
금형 온도가 시간을 벌어 주면, 나머지 세 레버가 그 시간을 쓴다.
사출 속도는 직관과 반대로 움직인다. 빠르게 채우면 플로 프론트가 접합부로 가는 길에 벽면에 붙어 굳을 시간이 줄어든다. 그래서 더 뜨겁고 더 묽은 상태로, 스킨도 덜 굳은 채로 도착한다. 접합이 약해 애먹는 부품에서는 금형 온도를 올릴 때와 똑같은 이유로 빠른 충전이 도움 되는 경우가 많다. 계면을 살려 두기 때문이다.
진짜로 몰아넣는 건 보압과 유지다. 용융이 전처리 표면에 닿아 아직 녹아 있을 때, 그걸 기공 속으로 밀어 넣는 게 보압이고, 계면이 굳는 동안 그 압을 유지하는 게 다 굳을 때까지 그 자리에 붙잡아 둔다. 보압이 모자라거나 스킨이 다 굳기도 전에 압을 풀어 버리면, 채우기 시작하던 구조에서 수지가 도로 빠져나온다. 그렇다고 이걸 '더 세게 밀어라'로 읽으면 함정이다. 어느 선을 넘으면 압력이든 속도든 더 올릴수록 전단과 열이 더 붙고, 정작 만들려는 그 계면에서 수지와 섬유-수지 결합을 오히려 망가뜨리기 시작한다. 목표는 힘이 아니다. 충분히 뜨겁게, 충분히 빠르게, 충분히 오래 보압을 걸고 버텨서 용융을 녹은 상태로 유지해 기공을 채우는 것이다. 이미 막혀 버린 표면에 다 굳은 샷을 두들겨 박는 게 아니다.
접합 문제가 아닌 불량들
인서트 사출 불량이 전부 접합 강도 문제인 건 아니다. 접합이 아닌 쪽은 표면 상태가 말해 준다.
인서트 바로 둘레 수지에 싱크나 플로 마크가 뜬다면, 보통은 금속이 그 부분 용융의 열을 국부적으로 빼앗고 있다는 뜻이다. 온도 낮은 인서트가 히트싱크처럼 굴면서, 둘레 재료가 고르지 않게 굳는 동안 표면을 끌어내리는 것이다. 답은 앞에서와 같은 계열이다. 금형 온도를 올리고, 인서트를 예열해서 캐비티에서 제일 온도 낮은 물건이 되지 않게 한다. 반면 플래시는 온도 문제인 경우가 드물다. 인서트 치수나 상한 셧오프를 가리키는데, 이건 공정이 아니라 입고 검사와 금형 문제다. 샷 도중에 인서트가 밀리거나 변형되는 건 고정과 게이트 문제다. 받쳐 주는 게 없었거나, 용융이 한쪽으로만 때려서 밀어낸 것이다. 이것들을 따로 떼어 두는 게 중요한 건, 반사적으로 공정부터 붙잡는 손버릇이 여기선 틀린 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숨는 불량이 있다. 2편에서 경고했던 그것이다. 부품이 하는 일이 밀봉이라면, 그냥 약하기만 한 접합은 최악이 아니다. 새는 접합이 최악이다. 어떤 접합은 당김 시험은 멀쩡히 통과하면서도 국부적인 보이드(공극), 표면 처리가 끊긴 자리, 아니면 두 플로 프론트가 만나 계면을 가로지르는 웰드라인을 품고 있다. 어느 것이든 물길이 된다. 밀봉엔 평균이 없다. 이런 부품을 기계적으로 당겨만 보지 않고 공기나 헬륨 리크 테스트로 확인하는 이유가 이것이고, 접합부에 떨어지는 웰드라인은 누수가 되기 전에 게이트를 바꿔 옮겨 둘 값어치가 있는 이유도 이것이다. 당김 시험은 접합이 튼튼한지를 묻는다. 리크 테스트는 그게 끊김 없이 이어졌는지를 묻고, 밀봉 부품에선 그게 출하냐 폐기냐를 가르는 질문이다.
짚어 가는 순서
그러니 접합 불량에는 순서가 있고, 그 순서대로 밟는 데 값어치가 있다.
먼저 인서트부터 확인해라. 파단면을 읽어라. 금속이 깨끗하게 드러났으면 표면 처리나 취급이 실패한 것이고, 그 부품은 더 뜨거운 금형이 아니라 상류로 돌아간다. 수지는 남았는데 강도가 안 나온다면 표면은 멀쩡했고 충전이 모자랐던 것이니, 이제 이건 프레스 몫이다. 그다음은 비용과 효과 순이다. 금형 온도를 올리고, 설정값이 아니라 강재에 댄 프로브로 확인한다. 이 수지들은 150도 이상이다. 사출 속도를 올린다. 수지를 기공에 밀어 넣고 굳는 동안 붙잡아 둘 만큼 보압과 유지를 올리되, 수지를 망가뜨리는 전단으로 넘어가지 않는 선까지만. 그리고 밀봉해야 하는 부품이면 당김이 아니라 리크 테스트로 증명해라. 순서가 중요한 건, 첫 단계가 나머지가 조금이라도 먹힐지 말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품에서 날려 먹는 교대 시간 대부분은, 그 첫 단계를 건너뛰고 애초에 붙을 리 없는 표면에 더 세게 찍어 대는 데서 나온다.
여기까지가 이 시리즈다. 접합은 나노 스케일의 기하 구조다. 남이 준비해 놓은 표면 위에서, 온도 낮은 금속을 상대로 첫 몇 초 안에 채워지는 구조. 폰이 떨어져도 멀쩡한지, 배터리 커버가 밀봉을 유지하는지, 수소 탱크가 버티는지를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물리다. 그 대부분은 프레스 바깥에서 벌어진다. 하지만 마지막 변수, 멀쩡한 표면을 멀쩡한 접합으로 만들지 아니면 날려 버릴지를 정하는 그 변수는 프레스다. 결국은 주어진 표면을 다 채울 만큼 용융을 금속 앞에서 살려 두는 데 달렸다.
몰드닥터는 불량 사진과 공정 세팅을 받아 유력한 원인과 조정할 것을 추정한다. 인서트 사출한 금속-수지 부품이라면, 수지가 유리섬유 강화이고 인서트가 전처리된 금속이라고 알려 줘라. 그러면 앱이 원래부터 묻는 질문들이 있다. 금형 온도, 충전 속도, 보압. 이게 이 글이 내내 다뤄 온 바로 그것들이고, 사출이 만들어 내는 가장 작고 가장 까다로운 접합을 겨냥하게 된다.